모든 것을 활활 타버릴 듯 세상에 내리깐다.
풀도 나무도 돌도 자갈도 모래도
인간들이 만든 건물도
심지어 동물도 인간도
마구 태워버릴 듯 무섭게 활활 태우려 한다.
그러나, 결국 태워 재로 만든 것 하나 없음이다.
모든 것을 앗아갈 듯 내리깐 저 붉은 태양빛은
결국 태워버리진 않는다.
오히려 밝혀주거나, 말려주거나, 건조의 치유를 통해 그 알갱이를
더 더욱 단단하고 청결히 그리고 차분히 제대로의 형상으로 탈바꿈해준다.
여름 낮 내내 내리깐 햇빛에 뜨끈하게 데워진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본 적 있는가.
그 열기에 살이 타들어갈 듯 잡아먹으려 하지만
그 여름낮을 뒤로하여 어느 정도 선선한 초저녁에 다시 앉게 된 콘크리트 바닥은
말게 다가오고
청결히 웃어주며
뜨끈함이 따스함이 되어주고
한바탕 그 바닥에 누워 여름 밤 하늘의 별빛을 헤아리는 여유를 부려 보고 싶어진다.
그래, 태워버릴라면 태우라지..
태울 기세의 그 시간속에서는 즐기며 그 화기를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지 뭐...
그래도 지금 이 시각의 여름 한 낮의 열기는 모든 것을 태울 듯한 기세에
숨이 터어억 막혀오는 기분은 가히 장난아닌 듯 하다..
집에 어여 가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찬 거실 바닥에 등짝 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