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청하려 애쓰며 뒤척이다가
문득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속 스쳐가듯 많은 분들의 얼굴이
순서대로 까만 방안 천장에 그려지다 사라진다.
사랑.
미움.
젊음.
죽음.
삶에 대한 항쟁.
수많은 얼굴 사이 사이로
까맣던 밤의 색깔이 하얗다가, 붉다가, 노랗다가, 다시 검어지고, 또다시 하애지고.
벅찬 가슴에 자리에 일어나 등을 켠다. 너무 벅차다.
커다란 덩치의 무섭게 생긴 얼굴의 내가 보인다.
물한잔 찾아 마시며
듬직한 아들녀석 이불 다시 올려주고
칭얼칭얼 조잘대는 귀여운 딸아이를 이부자리에 다시 옮겨준다.
까만 방으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잠을 곤하게 청하는 마누라의 얼굴을 그 어둠속에서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 순간 담배 한모금이 절실하다만
그저 아무 생각 안하려는 듯
그 까만 밤속으로 다시 길을 떠난다.
이러다 새하얀 새벽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