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노진희 2008. 7. 17. 18:01

가라하여 왔소만은

정신없이 우왕좌왕만 하고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오라하여 갔소만은

빈털터리 가슴안에 상처투성이 가득한 채 온 건 아닌지 모르겠소

 

빗방울 한 방울에

눈가가 적셔지고

 

빗방울 두 방울에

입술이 적셔가듯

 

바짝 말라가는 가슴속에

술한잔 술두잔 마구 퍼 넣습니다.

 

이유를 알면

그 술이 쓰거나 달거나 하겠소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빗소리 들어가며 술잔을 기울여 봅니다.

 

술술

주룩주룩

 

비오는 소리인지

눈물 흘리며 우는 소리인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소리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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