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노진희 2007. 12. 5. 10:29

뼈속까지 저며드는 찬 공기에

나른하게 드러누운 마음이 번쩍 뜨인다.

 

삭풍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

저 산너머 오일장이 서는 마을까지

등에도 지고 양손에 든 짐보따리 이고가는

옛적 장사꾼처럼

저 산을 넘어야 한다.

 

재물을 위해서도

피붙이를 위해서도

넘어갈 산이기에 정녕 가는 걸까.

 

삶이기에 간다.

무작정 삶이기에 간다.

 

겨울 한 계절이 가면

또  흐느적 봄, 여름이 오듯

흘러가는 인생에 몸을 맡긴다.

 

흘러흘러

저 강가 끝 바다로 이어져

알 수 없는 먼 심해가 있는 바다를 향해

그 끝을 알지도 못하고

끝을 알 수도 없는 곳을 향해

흘러흘러

 

찬바람 맞서

흘러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다가 지친 몸 달래려

피운 모닥불에 언 손과 언 발을 녹여보듯

쉬엄쉬엄 가기도 하고

오일장터 주막집 아줌마의 손가락 한번 적신

탁주 한사발과 뜨끈한 국밥 한그릇 절실하여

가는 발걸음 재촉해 보기도 한다.

 

뼈속까지 저며드는 찬바람에

어이 마음이 더욱 또렷해 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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