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세상살고자 하면
수년간 다듬고 채워진 생각을 하루 아침에 속옷 갈아입듯 바꾸면 되고
오랜 시간 습관화된 모든 행동 방식 단 몇분의 고민끝에 버리면 되고
어제까지 몸담은 모임을 오늘 다른 모임으로 갈아타면 되고
핏속에 흐르는 연을 하루아침에 바꿔 국적 바꾸면 되고
배워왔던 그래서 소중히 여겨왔던 가치관도 시대변화에 적극 부응하여
오늘부터 다른 가치관으로 교체하면 되고...
쉽게 살고자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짧지만 대단한 무엇인가를 새로 알게 된 것처럼
단번에 갈아치우면 되는 것이다.
쉽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자기를,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이 사회에서, 이 국가에서, 이 민족에서,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에서
그렇게 그렇게 쉽게 지금까지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며
돈이든, 명예든, 지위든, 권력이든, 사랑이든
그 쉬운 바꾸는 작업하나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쟁취한 것이다.
쉽게 살고자하여
쉽게 기존의 것을 쉽게 바꾼자 만이
상위 몇 %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
쉬운 세상살이를 택한 자들은 이런 참 쉬운 세상살이를 지지부진 못하는 자들
자존심 강한 고집불통자들이 쉽게 바꾸지 못해 낙오되는 꼴이 참 우습게 보일 것이지.
그런데 말이다.
우리네는 왜 그렇게 쉽게 바꾸지 못하냐고,
그래서 쉽게 세상살이를 영위하지 못하냐고
쉽게 세상살이가 나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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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모기사를 보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이 글을 썼는데 오후에 한겨레신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여기에 다시 옮겨본다...우리 역사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참 쉽게 세상살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분명 존재하다.
가깝게는 식민치하에서도, 군사정권에서도......앞으로도 그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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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MB 품에 안긴 황석영 / 한겨레신문, 정석구 논설위원. 2009. 5. 15
대표적 ‘진보 작가’로 알려진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다. 이 대통령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향인 그가 어떻게 해외 순방길에 동행했을까? 엊그제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풀어놓은 그의 변을 듣고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그는 지금까지 밖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정치적 성향도 변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변신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개인의 변신을 놓고 왈가왈부할 수는 있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변화의 방향과 왜 그렇게 변하게 됐는지다. 그가 내세운 변신의 이유가 잘못된 상황 인식과 개인적인 야망 때문이라면, 일반 대중을 오도할 뿐 아니라 부당한 사회 현실을 정당화시켜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황석영의 변신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그는 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수·우익으로 규정하는데 스스로 중도 실용 정권이라고 얘기했고, 또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중도를 얘기해온 자신과 대통령이 이념적으로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중도로 변했다는 데에 시비 걸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판단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권의 정체성은 그들이 현실에서 어떤 정책을 펴나가는 것인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는 뭐라 하든 이 정부는 소수 기득권층과 특정 지역의 이익 관철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극우·보수 정권이다. 이런 정부를 중도·실용 정부라고 보는 황석영의 상황 인식은 분명 잘못됐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그의 해석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 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자 진보로 본다”는 그의 평가는 엉뚱하다. 서울에서의 한나라당 우위는 뉴타운 ‘사기 공약’ 탓이 크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서울에서 한나라당이 기틀을 잡은 것을 무슨 기준으로 진보라고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무개념의 극치다.
“용산 참사는 이 정부의 ‘실책’이고, ‘광주 사태’ 같은 일이 다른 나라에도 있었고, 사회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가는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그의 사고체계가 민중의 삶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대표적인 민중지향 진보 지식인으로 알려져 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그의 태도는 좀더 복합적이고 미묘하다. 그동안 남북 모순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로서는 악화한 남북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욕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일부 오해를 받더라도 이 정권과의 타협도 불가피하다고 보는 듯하다. 어디서 많이 듣던 자기변명 논리다. 그러나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정권의 노리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그는 앞으로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용히 이 정부를 도우면 된다. 다만 자신의 변신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본질까지 변화시키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환상이고 만용이다. 변신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늘 이처럼 거창했지만 결과적으로 권력 품에 안겨 개인의 영달만 누리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심찮게 노벨문학상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황석영이기에 그런 추한 꼴만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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