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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개(진짜 어려웠던 두 가지 시험)

노진희 2007. 6. 14. 11:46

 
진짜 어려웠던 두 가지 시험
-. 월간 관세와 무역 ‘07년 6월호 관세칼럼, 박상태((주)한국신용평가정보 대표이사,
   전 관세청 차장)


저는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약 30년 근무한 후 2003년 4월 28일 퇴임을 하고 동년 4월 29일에 민간회사의 사장으로 취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대표이사로 취임한지 1개월이 채 경과하지 아니한 어느 날 아침 회사임원이 저에게 찾아와서 “사장님, 저희 회사가 모 은행과 개인 신용정보의 수집, 가공, 판매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야 하는데 실무진에서 근8개월이나 교섭작업을 하였는데도 성사되고 있지 아니하므로 사장님께서 나서 주셔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직감적으로 “아! 실무진들이 새로 온 사장을 시험(?)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면서 그 임원에게 “관련 서류들을 놔두고 가세요. 제가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재무부에 근무한 적이 있지만 주로 관세분야, 보험분야, 대외협력분야 등에만 근무한 관계로 금융 쪽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늘 아쉬운 점이 많았었는데 그날 저는 큰 숙제 하나를 맡아 놓은 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어떻게 하던 해결을 해야 하는 사장으로서의 체면이 설 것 같아서 그 은행의 은행장과 양해각서 체결업무 담당 본부장의 성명과 이력들을 챙겨 보았습니다. 다행히 은행장은 제가 근무하던 재무부의 선배로서 잘 아는 분이었고 본부장은 누구일까 하고 궁금해 하면서 그 분의 성명과 이력서를 보는 순간 너무나 반가운 분이었답니다. 그 분은 저와 단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것이 다였지만 제가 공직에 재직시 그 분에게 작은 도움을 준 분 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 5년 전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어느 날 오후 제 대학후배를 앞세우고 저의 사무실을 찾아 온 분이 바로 그 분 이었던 것입니다. 그 후배는 제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축하한다고 난을 보내준 너무나 고마운 사람으로 제가 늘 어떻게 그 신세를 갚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자기 상관을 모시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반갑게 그 후배와 그 분을 맞이하고 용건을 물어본 즉, 제가 근무하던 관세청의 많은 국장들이 신용카드를 쓰는데 자기 은행 카드 하나를 사용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외로 쉬운 부탁이어서 흔쾌히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하고 차 한 잔 대접하고 돌아갈 때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배웅을 한 바로 그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 본부장과 약속을 하고 그 분의 은행 사무실에 들렸을 때 그 분은 “박 사장님께서 현재 일하는 회사로 옮기게 된 것을 신문을 보아서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지난번에는 정말 고마웠고 너무나 친절한 모습에 감동하였었다”고 말하면서 “박 사장님께서 말씀하시지 아니하여도 왜 오늘 자기를 찾아 왔는지 알고 있으며 그것은 자기 전결 사항이니까 곧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와 같이 제가 그 분의 사무실에서 간곡한 부탁을 하기도 전에 먼저 다 알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니까 저와 동행한 임원 분 보는데 제 얼굴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모른답니다.  이렇게 하여 간신히 실무진으로부터의 시험 아닌 시험(?)을 잘 치렀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일이 있은 후 몇일이 지나자 또 다른 임원이 제2의 시험문제를 들고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시험문제는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그 것 또한 앞의 것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보험회사의 사장을 만나서 부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그 사장님과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답니다.
  제가 관세청에 근무할 때 그 분이 제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자기회사 소유의 보세창고 특허기간이 만료되어 가는데 그것을 연장하여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미 두 번 연장조치가 되었던 것이었고 그 당시 물류여건으로서는 도저히 추가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장님이 여러 차례 사무실로 찾아오실 때 마다 “자꾸 오신다고 안 될 일이 되고 할 그런 일이 아닙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특허기간 연장건과 관련 이런저런 경로로 로비도 하고 하여 기분도 좋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분을 대할 때 아주 퉁명스럽게 대하였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무역협회 주관 세미나에서 패널리스트로 토론을 마치고 복도로 나왔을 때, 그 사장님이 저를 그 복도에서 기다리시다가 문제된 보세창고의 특허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간청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때 저는 그 분에게 “저는 공무를 복도에서 보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쌀쌀맞게 답하고 그 분과 헤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그 창고 주위의 여러 가지 물류여건의 변화로 관련되는 여러부처와 협의하에 문제된 창고의 특허기간이 어렵게, 어렵게 연장조치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분이 물류회사 사장에서 자리를 옮기셔서 제가 가서 사정을 해야 할 회사의 사장님으로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세상일은 돌고 돈다더니 제가 그렇게까지 무안을 준 그 분에게 어떻게 어떤 말씀으로 저의 입장을 설명하고 우리 회사 일을 부탁해야 하나 고민, 고민하다가 큰 마음먹고 찾아 갔었습니다.
  제가 그 분 회사의 접견실에서 그 분을 만나 뵙고 첫 마디가 “사장님, 혹시 저를 아시겠습니까?”하고 물었던 즉 그 분은 “제가 박사장님을 어떻게 모르겠습니까?”하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속으로 이번 건은 해결하기가 곤란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제가 그 때는 공직 신분으로 참 어려운 여건이어서 여러 가지로 결례를 너무 많이 범했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너무나 의외로 “ 그래도, 박사장 님, 우여곡절 끝에 그 창고의 특허기간을 연장하여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담당국장께서 그것을 끝까지 안된다고 하고 연장해주지 않았으면 제 입장이 크게 난처하였을 것입니다. 그 때 고마웠습니다”라고 다정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박사장님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오히려 너무나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서 제 용건을 말씀드렸더니 그 어느 회사보다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회사가 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소해 주셨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시험(?)을 잘 치르고 나니 우리 회사 직원들이 “우리 사장님은 마당발이야!”라고 하면서 존경의 표시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자신 흐뭇해하면서도 그러한 첫 번째 시험과 두 번째 시험을 보면서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되었답니다.
   이상의 두 사건들은 나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건 아니면 못해주는 경우이건 말한마디라도 정말 친절하게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사건들은 저를 찾아온 사람의 희망대로 무엇인가를 못해 줄 경우에는 더더욱 친절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가득 배우게 해준 것들 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자칫 현재 자기가 처한 비교우위에 있는 위치를 평생 유지할 것 같은 착각속에서 일하게 되고 남들에게 불친절하기가 쉬운데 우리네 사는 인생은 돌고 돈다는(circle)사실을 명심하고 매사에 친절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릇이 큰 사람은 남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고 이를 자기의 기쁨으로 깨닫는다고 합니다. 조그만 친절이, 한마디의 사랑의 말이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듭니다. 또 남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늘 그 자신의 인품을 높이는 것이 됩니다.
  영국의 시인 테니슨(1809-1892)은 “친절한 말은 왕관보다 더 낫다”고 했습니다. 유태인의 속담에도 “똑똑하기보다는 친절한 편이 낫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직에 있을 때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해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큽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불현듯 대중가수 박상규의 히트송인 ‘조약돌’이라는 노래가 그리워집니다.
....
여름가고 가을이 유리창에 물들면
가을날에 사랑이 물위에 흐르네,
내 마음은 조약돌.
비바람이 몰아쳐도
둥글게 살아가리,
아무도 모르게
...
누구나 우리 나이에는 어려운 시험 보는 게 싫습니다. 그래도 세상사 살아가면서 시험 볼 필요가 있을때 시험 잘 보기 위한 친절 공부, 인생공부를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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