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결국엔 자존심이 문제더군요.

노진희 2007. 1. 26. 13:37

어제 사업적으로 큰 거래를 시작하자는 분이 내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제안을 해왔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개업후 아직 걸음마단계인 내 사업에

크나 큰 힘으로서 탄력을 줄 수 있는 제안이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돈을 투입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돈이 내게 있을 턱이 있나.

인근에 사업을 하는 사촌동생(나보다 1살 아래)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이자도 지불할 용의임을 설명하였건만,

그의 대답은 " 형, 5천만원의 월 10%이자를 감당할 수 있으면 빌려드리죠.

남하고 거래할 경우에는 내 돈 못 받게 되면 욕도 하고 협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집안 형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형은 그냥 직장다니며 월급쟁이 생활

하지, 뭔 사업한다고 해서 그래요. 알아보니깐 관세사 그거 목돈좀 굴려야

잘 되겠던데. 형은 사업에는 왕 초짜요. 맹탕이라는 거죠."그러더라.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사업적으로 접근하였는데.

왜, 내가 그런 놈한테까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사채놀이, 오락실, 변호사 사건브로커, 술집 등 안하는 사업없이 다 손대는

지 나름대로의 사업가란 말인데.

그런 놈한테 혹시나 하고 돈 빌리려한 내가 바보였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면서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리는 그 놈한테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던 말, " 난 내 사업을 비관적으로 보지않아. 다만

시작하는 단계라 그러지.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해봐야지."

덧붙여 나는 내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언젠가 널 자리에 앉혀놓고 조곤조곤 무섭게 지금을 설명할 때가

있겠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지만, 나는 적어도 개같이 벌고

싶지는 않거든. 개가 아니어도 사업은 할 수 있거든. 그래 내 자존심이

지금은 상하지만, 그 자존심이 최종적으로 설 수 있을 때, 널 집안형의

입장과 너와 질적으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가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널 이해시켜주마. 에라 천민자본주의자야.'

아뭏튼 짜증나는 하루였다.사무실로 돌아와 들어왔던 그 사업제안도 결국엔

아쉬움을 남긴채 거절하고 말았다. 눈물을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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