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용서해

노진희 2010. 10. 4. 16:48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용서해

 

                                                    

 

육십이 넘은 노부부가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했습니다.

성격차이로 이혼한 그 노부부는 이혼한 그 날,

이혼 처리를 부탁했던 변호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습니다.

주문한 통닭이 도착하자 남편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서

아내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권하는 모습이 워낙 보기가 좋아서

동석한 변호사가 어쩌면 이 노부부가

다시 화해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 할머니가 기분이 아주 상한 표정으로

마구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삼십 년간을 당신은 늘 그래왔어.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러다니...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한단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당신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아내 할머니의 그런 반응을 보며

남편인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가 있어.이혼하는 날 까지 .."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 할아버지는 자꾸

아내 할머니가 했던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 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가 물어 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거니 생각했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주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한 마음만 들고..

돌아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과라도 해서 아내 마음이나 풀어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남편 할아버지는

아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남편 할아버지가 건 전화임을 안 아내 할머니는

아직 화가 덜 풀려 그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아주 밧데리를 빼 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이 깬 아내 할머니는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날개 부위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건넸는데,

그 마음은 모르고 나는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 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 줄은 몰랐구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아내 할머니가 남편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남편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났나'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아내 할머니는

핸드폰을 꼭 잡고 죽어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 핸드폰에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문자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용서해 (김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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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남자의 생각에서

여자는 여자의 생각에서 머물지 않는다면

 

남자가 여자의 생각을 헤아리고

여자가 남자의 생각을 헤아린다면

 

부부라는 세상이 준 인연에서

한 걸음씩 물러나 상대를 헤아린다면

 

자신이 만든 틀안에서

자신만의 언어와 생각으로

상대를 몰이해하지 않고

 

이 짧디 짧은 생을 깨달아

용서와 양보의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어려운 것이 삶인가 봅니다.

 

흐르고 나서야

지나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상대의 마음을 알게되는

미련한 우리네 습성인가 봅니다.

 

그것도 욕심인데..

상대도 나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도 상대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그것도 욕심일것인데

 

이 짧은 생에서

이제 용서하고

이제 이해하고

이제 양보하고

이제 풀어내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를 편안히 안아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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