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속 두 손

노진희 2011. 7. 8. 13:55

 

주머니속 두 손

 

                                    노 진 희, '11. 7. 8

 

주머니속에 두 손 집어넣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두 손 주머니속에 집어넣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추운 날에 이 손 잡아주면 따뜻하다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손이 이 주머니 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기운 떨쳐버릴 따뜻한 손이 말이죠.

 

덥고 습한 날씨의 여름 한 가운데에서도

이제는 두 손 힘차게 앞뒤로 내젓는 발걸음 동작에서 몰래 빠져나와

양 주머니 속을 자연스레 찾아들어갑니다.

 

차가운 세상 손을 덥썩 잡아주던 순진한 내 손이 이제 아닙니다.

 

두 손 집어넣고 서 있거나 걸어가는 내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레 보입니다.

 

그래도 두 손 내놓고 서 있어서

두 손 내젓고 걸어다니다가

가슴깊이 상처남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떠나질 않습니다.

 

어느 산 숲속에서 새소리찾아 그 새 내려앉을 손 필요할 때

내어주고는 싶습니다.

어느 들 꽃길가 꽃잎과 나비 어루만져 줄 순진한 손 절실할 때

쑥하고 뻗어주고는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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