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이다.
평소 재잘재잘 수다스럽고 세상만사 온갖 소소한 일에 자기 생각을 나름대로
말하는 딸녀석이다. 10살이지만 어떨 때는 어른스럽기까지 하기도 하고.
작년부터인가 내 머리에 흰머리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여 딸녀석과 모종의
계약아닌 계약을 맺은 바에 따라 개당 50원 또는 100원으로 책정하여
딸녀석의 손길덕에 흰머리를 감추며 살고 있다.
마누라가 종종 뽑아주기는 하는데
그 뽑는 손길이 차이가 있다. 마누라는 일부러 아프게 뽑아주는 듯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녀석은 살며시 똑하고 정말 사랑스럽게 뽑아준다.
거울을 보아서 흰머리가 안보여도 딸녀석과의 살가운 시간을 갖고 싶어
종종 업무를 의뢰한다. 오늘은 개당100원에 서비스추가로 5개,
오늘은 개당 50원에 서비스없는 것으로....등등...
그렇다고 하여 많이 뽑지도 못하고 대여섯개 내지 10개 정도 뽑는 것 같다.
아무튼 딸녀석과의 몇 안되는 살가운 시간이 소중해서 그런지 업무를 의뢰한다.
그런데..
어제도 딸녀석이 졸리운 듯 하는 순간에
옆에 같이 누워 말을 걸었다.
" ㅇㅇ 야, 오늘 아빠 흰머리 안 뽑아줘?, 오늘은 개당 얼마로 할까?"
업무의뢰를 시작하였다. 이어 딸녀석의 말이다.
"아빠, 나 지금 졸립거든..오늘은 안되.."
"그리고 아빠, 내가 아빠 흰머리 뽑아 주니깐,
내가 커서 내머리에 흰머리 많아지면 아빠가 꼭 뽑아줘야 해?, 알았지?"
그러면서 이내 딸녀석은 잠을 청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난....
" 어, 그래 꼭 뽑아주마."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 꼭 ㅇㅇ 의 흰머리를 나중에 아빠가 꼭 뽑아줄게...., 이 철딱서니없는 녀석아, 하하 "
옆에 있던 마누라도 미소를 짓는다.
똑똑한 딸녀석도 세월이 흐르고 자신도 자신의 아빠도 나이먹어감을 세월이 흘러감을 알듯 한데,
이것은 모르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며..이 철떡서니없는 녀석아..하고 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가슴이 짠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 그렇더라도,
그래...아빠가 소중한 우리딸 머리에 흰머리가 자욱해서 거추장스러울 때 꼭 아빠가 직접 뽑아주마.
금새 잠이 든 딸녀석을 보며 다짐하게 되었다.
흐르는 세월이 다시금 생각하게하는 어제의 소중한 우리딸과의 에피소드였다.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기양양 딸, 듬직침착 아들 (0) | 2012.07.16 |
---|---|
Tears in Heaven, 그리고 아버지 (0) | 2012.05.23 |
힘냅시다 (0) | 2010.12.03 |
대화법 (0) | 2010.12.03 |
결혼생활 (0) | 201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