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아(정유찬)

노진희 2010. 12. 22. 15:05

사랑하는 내 딸아

 

                           정유찬 (부는 바람)

 

사랑하는 딸아

이별한 그를 미워하는 것보다

축복하는 게 쉬울 것이다

덜 괴로울 것이다

 

헤어짐은 허전하지 않고 시원하더라고

사랑의 노예로 살다가 자유를 얻은 거라고

심장은 타버렸어도 영혼은 살찌었노라고

그러니 그를 축복할거라고 하라

 

더 많이 주었다고 억울해 마라

받은 만큼만 주었을 것이다

덜 받았다고 아쉬워 마라

못 다 준 것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내가 아파보고

나로 인하여 아파하는 다른 사람을 보고 난 후에야

너는 겨우

사랑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헤어진 그를 축복하는 것은

더욱 성숙하고 황홀한 사랑을 행운처럼 맞이하는

멋진 의식이 될 거란다

사랑하는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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