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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관세당국, 구매수수료 마찰' 심각

노진희 2007. 2. 26. 11:25
 

'납세자-관세당국, 구매수수료 마찰' 심각


정재완 용당세관장, "관련법령 미비 및 이해부족이 원인"

"구매수수료 인정요건 명확히 규정해야"

                                                                                     -조세일보, '07. 2. 26일자 발췌


물품을 수입하는 사람이 구매대리인에게 용역의 대가로 지급하는 '구매수수료'와 관련해 납세자와 관세당국 간의 마찰이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관세법에는 구매수수료를 다른 수수료와 달리 과세가격에서 제외해주고 있지만, 이를 적용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관세당국으로부터 실질적인 구매대리행위에 의한 구매수수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특히 본사와 지사의 거래와 같은 특수관계자간의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역제공의 대가에 대해서는 관세당국이 '구매수수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납세자와의 마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관세당국의 '구매수수료' 관련 과세결정에 대한 납세자의 불복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역거래의 특성상 구매대리인의 역할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 관계법령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구매수수료란?

수입자가 구매대리인에게 해외에서 수입자를 대리해 행하는 서비스의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를 '구매수수료'라고 한다. 세계관세기구(WCO)의 관세평가협정에서는 구매수수료가 거래물품에 대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가격에서 제외해준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수용해 과세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WCO는 구매대리인에 대한 보상인 '구매수수료'에 대해 수입자가 지급하는 것으로 물품의 대가와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실제 지급하는 가격에 가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현행 관세법에는 구매대리인 등 중간역할자에 대한 용어 개념이 애매하고, 현실적으로 이들의 업무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구매수수료를 둘러싼 과세문제에 대한 관세당국과 납세자의 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구매수수료 과세불복‥"특수관계자 거래에서 주로 발생"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매수수료에 대한 관세당국과 납세자간의 마찰은 주로 특수관계자간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본사와 지사가 무역을 하면서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불한 금액 중 일부가 구매수수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가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납세자의 주장과,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구매수수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세당국의 해석의 차이가 논란의 핵심.지난해 2월 국세심판원에서는 미국 P사의 자회사로서 특수관계자인 P사와 B사가 오렌지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매수수료에 대해 P사가 B사에 지급한 물품조달업무 수행의 대가는 구매수수료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P사와 B사가 특수관계에 있고, 오렌지의 무역관련서류에 B사가 수출자로 표기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매수수료로 인정할 수 없다"며 관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이후 납세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5월 부산지방법원은 "구매대리나 대행에 대해 그 실질을 따져 판단해보면 구매대리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실제로 B사가 P사의 구매요청에 따라 활동을 하고 구매과정에 관여한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보면 P사가 B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구매수수료로 보아 과세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지난해 2월 심판원에 제기된 구매수수료 관련 심판청구에서는 의류 브랜드 보유사인 A사와 자회사인 B사간의 거래에서 B사가 구매대리인이 아닌 판매자 또는 수출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외에도 특수관계자인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거래에서 일정 금액을 구매수수료로 지불한 경우에 대해 심판청구와 행정소송 등 납세자와 관세당국의 마찰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구매수수료 둘러싼 마찰, 왜 발생하나?‥해법은?

이러한 구매수수료 관련 마찰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역인들 사이에서 수수료 및 중개료 등의 용어가 동일하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구매수수료 관련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완 용당세관장은 지난 24일 열린 조세연구포럼 학술발표대회에서 "납세의무자와 과세당국의 수수료에 관련 과세법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구매수수료 여부에 대한 법규정과 검증절차 및 기법 등이 미비해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세관장은 "관세법령에 구매수수료 인정 요건을 명확하게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매수수료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빙서류의 종류와 서류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을 경우 관세평가상의 조치사항 등이 명시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오 윤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구매수수료에 대한 입증책임문제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증빙 등의 구체적인 법규화에 이어 절차를 납세자가 입증하면 국가가 입증책임을 지고, 납세자가 입증을 하지 못할 경우 납세자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또한 김병수 관세사는 "구매대리행위와 관련된 서류가 관세당국에 제출되더라도 판단의 문제는 남아있다" "납세자 입장에서 구매대리에 대한 구체적 사례 및 기준점과 통칙·예규 등이 최소한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7.02.26 10:03

수정 : 2007.02.26 10:04   

조세일보 / 임명규 기자 nanni@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