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실망스러워도 그 자리에 둘 친구.
노진희
2006. 4. 24. 09:18
사회에서 만나 약 20년된 1살어린 동생이자 친구가 있다.
며칠전 서로 바빠서 지금껏 시간을 갖고 술자리를
못하던차에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많이 변했었다. 겉모습이 아닌 그의 내면이.
나혼자 간직한 그의 모습이 아니어서
대화중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대화의 주제가 예상밖을 벗어나 있었다.
길이 달라서 그랬겠지.
결국 감싸안아 줄 동생의 모습이었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의 변한 모습이 아닌
과거의 그를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라 믿으며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내 자신에 대해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그만큼 삶의 깊이가 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담으며 그 자리에 그냥 두고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마냥 형으로서 그를 꾸중하고 타이를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난 정말 답답한 친구의 모습으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부대끼며 사는 그들의 모습을 단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과거의 모습으로
그를, 그 주변을 결정짓고 있었다.
현명한 판단으로 잘 헤쳐나가길 바라면서
변화한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두어야 할
친구의 씁쓸한 미소가 계속 내 머리에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