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옷을 벗고 싶다
노진희
2011. 8. 3. 15:17
옷을 벗고 싶다
노진희, 2011. 8.3.
구두를 벗어 던지고 싶다.
양말도 벗어 버리고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고 싶다.
와이셔츠도도 벗어 버리고
넥타이도 풀어 버리고
난닝구도 벗어 버리고
양복 바지를 벗어 던져버리고 싶다.
벨트도 풀어 벗어 던지고
빤추까지 홀라당 벗어 버리고
머리카락을 죄다 깍아 버리고 싶다.
대머리가 나을라나
눈썹을 밀고 싶다.
험상맞은 이 얼굴 더욱 혐오스럽게 보이겠지.
온 몸에 난 털을 죄다 깎아 버리는 거야.
반들반들하게 깎고 난 자리에 로션을 발라 미끄덩하게 만드는 거야.
구두도
양말도
양복 상의와 와이셔츠와 넥타이와 난닝구도
양복바지와 벨트와 빤추도
머리카락도 눈썹도
지금 남들이 보고 있는 내 형상을 죄다 벗어 던지게 하고 싶다.
니들이 보고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라고 소리쳐 외치고 싶다.
그러나
외친다한들 달라질 내 형상은 그대로 일거야, 아마도
주섬주섬 안부터 바깥 옷까지 하나하나 다시 챙겨 입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