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살다보면 술이다.
노진희
2010. 10. 27. 18:06
살다보면 술이다.
- 노 진 희 -
살다보면 말이다.
내가 도대체 무슨 존재인지 모를 때가 생기더라.
내가 문제인지
다른 것이 문제인지
내가 도대체 무슨 존재인지 모를 때가 생기더라고.
살다보면 말이다.
어제까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인 줄 알았던 사람이나 물건들이
오늘 다시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거추장스럽거나 얄미운 것으로 변하는 일이 생기더라.
살다보면 말이다.
벌어지는 일이나 눈에 보이는 것 모두에 하나하나 꼬구장 꼬구장 대꾸하며
사는 일이 참으로 힘겨워 질 때가 생기더라.
살다보면 말이다.
갈수록 말이 없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 생각없어서가 아니라 말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은...
살
다
보
면
말
이
다.
그냥 그럭저럭 이렇게 사는 것이지 하고 안주를 찾는 순간이 오는 것 같더라.
그래서 말이다.
살다보면 술이 그나마 유일한 친구가 되는 일이 갈수록 많아지더라.
안주의 친구, 술 말이다.
살다보면 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