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뱃살
노진희
2010. 10. 13. 15:53
가을뱃살
- 노 진 희 -
가을 청명한 하늘을 고대했건만
아침부터 오후내내 뿌연 안개가 대신하나.
뚜욱 찌르면 터져 버리어 흘러내릴 푸르른 하늘의 빛깔이
회색빛 희끄무레 안개인지 연기인지 매연인지 자리하나.
낮이 되어서는 타오르는 태양은 보이지 않아도
그 안개 저 너머에 자리할 태양의 열기와 훈기가
이 안개를 뚫고 여전히 이 곳까지 자리하기는 한다.
가을이라는 명정은
지나가는 길가의 옷갈아 입는 나뭇가지의 누런, 갈색의, 불그레
기타 등등 나뭇잎의 옷색깔을 통해서 하나가 다가오고
가을이라는 명정은
쓸쓸하기는 한데, 이유를 알 순 없고
고독하기는 한데, 멍멍한 이 기분을 통해서만 또 하나 다가오네.
아아
가을은 청명한 하늘을 보며 느껴야 하는 것이 정석아닐까.
아니다, 이런 듯 저런 듯 늘어나는 내 뱃살 두꺼워지는
천고마비의 오랜 습성을 통해 확인하는도다.
윗몸일으키기라도 꾸준히 하여 다시 찾아온 가을의 병을, 이 가을을 잊어보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