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눈이 싫다?
노진희
2009. 12. 28. 13:23
어제 낮부터 눈이 내렸다.
올 들어 꽤 많이 내린 눈이었다.
아들과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눈싸움도 하면서 한참을 보내고 있는데..
아들이 물어본다. 자신은 눈이 참 좋은데 어른들은 눈을 싫어하나봐요...라고
지 엄마가 같이 밖에 나왔지만 극히 소극적으로 행동함을 지적하려는 것이리라.
차마 말하지 못하였지만...네 엄마는 오전에 아빠랑 말다툼한 후유증이 지금에도 유효해서..뚜우웅하는 건데...
차마 아들한테 이 말을 못하였다.
어른들은 눈을 싫어한다?
아니란다, 아름답고 좋은 자연의 섭리이자 풍광인데 어른이라고 싫어할리가 있겠느냐,
단지, 어른들 세계에선 그런 풍광만을 그런 소소한 기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또다른 수많은 관심거리나 걱정거리가 있어서 그런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걸거야...
이말을 해주고 싶었다.
눈이 내리는 그 자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그 광경만으로
가슴 설레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던가.
아침에 출근길이 이 눈덕에 엉망진창이 되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하게 된 것도
우리 어른들한테는 눈 오는 자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일 지도 모른다.
아들과 딸이 눈내리는 풍광속에서 즐겁게 함께 한 사실만이
눈이 내린 상황에서 내 자신이 그나마 기뻤던 것의 전부일 뿐....